청도 삼평리 할머니들이 평화회관 꽃담 앞을 지나 집으로 향한다.맞은편 삼평리 정류장에 이억조 할머니와 김기현 작가, 만평을 그리는 계대욱 활동가가 나란히 앉아 있다.오전 아홉 시 무렵 시작한 벽화 작업은 날이 어두워 질 때까지 이어졌다. 평화회관에서 꽃을 보던 할머니들도 대문을 나서신다. 두 작가는 여전히 무엇을 더 그릴까, 토론을 한다. “벽화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한참 동안 대답을 생각하던 이억조 할머니가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 저 할매 땅콩 가지로 왔네!” 아침부터 저녁까지 벽화를 그리는 동안 성곡댁 김춘화
담벼락에 기댄 지팡이가 둘, 그늘 자리에 보행 보조기가 셋. 방충망 미닫이문 앞에 빼곡한 제각각의 신발들. 할머니들은 이내 어서 오라고 반긴다. 전기 포트에 물을 끓이고 봉지 커피를 탄다. 프라이팬에 찰떡을 굽고, 포도송이를 씻고, 포크를 나눈다.지난봄, 청도에 코로나19 감염증이 유행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얼마 전 다시 문을 연 파란 지붕 집 이름은 .코로나19도 우리랑 상관없이 지나갔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에도 삼평리 평화회관은 비가 새지 않았다. 손 매운 쌍둥이 아빠가
하얀 페인트를 뒤집어쓴 빨강 장미꽃이 담장 곁에 서서 이사 오는 사람들을 반긴다. 6월 2일 일요일 오전, 김춘화 할머니는 아침에 모내기하고 나서 이삿짐을 정리하러 왔다. ‘쌍둥이네’ 부녀회장님은 이사를 마치면 복숭아 봉지를 싸러 간다고 했다. 삼평 1리 버스정류장 바로 옆 파란 지붕 집. 삼평 1동 경로회관에서 각북면사무소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100m를 가면 새집이다. 유월 더운 볕 아래 사람들이 금세 오랜 살림 집기들을 트럭에 실었다. 가장 먼저 전기밥솥과 소금 자루가 새집 안방 가운데에 놓였다. 할머니가 달걀 한 판을 두 손